디발자, 개자이너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든 사내 음료 주문 플랫폼, '픽트우물터' 이야기
더픽트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복지가 하나 있어요.
사무실에서 내려가면 바로 나오는 이디야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음료 복지인데요.
언제든 내려가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받아올 수 있다는 건 꽤 행복한 일입니다.
다만 이 행복에는 한 가지 대가가 따랐어요.
바로 수기 주문지입니다.
음료를 받으려면 매장에 비치된 종이에 이름, 부서명, 음료 종류, 잔 수, 용도(근무인지 미팅인지 외근인지)를 매번 손으로 적어야 했거든요.
하루 이틀은 괜찮은데, 매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적다 보면 슬슬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거… 꼭 종이에 써야 하나?'
문제는 귀찮음만이 아니었어요.
세상에는 악필이 존재하고, 이 글씨가 '아메리카노'인지 '아이스티'인지 해독해야 하는 점장님이 계시고,
월말이면 이 종이 뭉치를 넘겨가며 복지 내역을 정리해야 하는 경영지원팀이 있었죠.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사내 음료 주문 플랫폼, 픽트우물터를요.
이 글은 디자이너 한 명과 개발자 한 명이 본업 틈틈이 사내 주문 플랫폼을 만든 이야기예요.
거창한 기술 이야기보다는, 작은 불편 하나를 실제로 돌아가는 프로덕트로 바꾸는 동안 저희가 했던 고민들을 담았습니다.
내년 연말 전까지, 꼭 만들어요 둘이
시작은 영업이었어요. 개발팀 한지현 선임님을 찾아가 슬쩍 운을 띄웠습니다.
"우리, 픽트 음료 주문 플랫폼 만들어보면 어때요?"
다행히 지현 선임님은 흔쾌히 '으쌰으쌰 함께 해봐요'가 되어주었고, 그렇게 가칭 '이디야 커피대장' 프로젝트가 결성됐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됐을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당연하죠. 둘 다 본업이 있으니까요. 다짐은 다짐대로 채팅방에 예쁘게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1단계. 프로젝트를 깨운 건 A4 용지였습니다
어느 날, 경영지원팀에서 소식이 하나 들려옵니다.
출력해 둔 주문지를 다 썼다는 거예요. 저는 일단 딱 10장만 더 인쇄해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주문지 시대에 시한부 선고를 내린 셈이죠. 그리고 채팅방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때 지현 선임님이 정리해 준 진행 방식은 이랬습니다.
당시 하던 프로젝트를 먼저 끝낸다, 디자이너는 여유가 생기면 디자인을 한다, 디자인이 나오면 차차 만든다.
요약하면 '본업 먼저, 재촉 금지, 여유 날 때 차차'.
사이드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되지 않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서로를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더라고요.
2단계. 유저 인터뷰를 했더니, 유저가 바뀌었습니다
처음 잡은 플로우는 단순했어요.
주문 시작, 팀 선택, 이름 선택, 응원 메시지 확인, 음료와 수량 선택, 용도 선택, 용기 선택, 주문 완료.
여기까지는 '주문하는 직원'만 생각한 설계였죠.
그래도 명색이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이니, 이 종이 시스템에 진짜로 엮여 있는 두 분을 찾아가 가볍게 유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경영지원팀, 그리고 이디야 점장님이요.
인터뷰에서 예상 못 한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점장님 말씀으로는, 어차피 음료를 받으려면 직원이 매장에 내려와 텀블러를 직접 전달해야 제조가 가능하다고 해요.
그리고 각자 폰으로 주문을 보내면 점장님이 폰을 계속 들여다볼 수 없어서 확인이 어렵다는 거죠.
'배포하면 각자 자기 폰에서 주문하면 되겠다'던 구상은 여기서 깔끔하게 접었습니다.
주문은 무조건 매장에 내려가서, 매장에 놓인 디바이스로. 도메인은 비공개로.
경영지원팀 쪽 이야기는 더 본질적이었어요.
정작 힘든 건 주문하는 30초가 아니라, 그 종이를 모아 복지 범위와 수량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일이었거든요.
그렇게 이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이 또렷해졌습니다.
주문하는 사람이야 종이에 쓰든 화면을 누르든 30초면 끝나요.
이 프로덕트의 핵심 유저는 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그 뒤에서 종이를 처리하던 사람들이었던 겁니다.
유저 경험이 아니라 운영 경험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라는 걸 인정하고 나니, 이후의 모든 판단이 쉬워졌어요.
3. 기능 덜어내기, "프..플리즈.."
원래 기획에는 욕심나는 기능이 하나 있었습니다. 응원 메시지요.
누구든 동료에게 메시지를 남겨두면, 그 사람이 음료를 주문할 때 화면에 뜨는 기능이죠.
커피 받으러 갔다가 응원까지 받으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지현 선임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어요.
메세지 보내기는… 고도화로 해도 될까요…?
이게 한 사람이 사원들한테 보내는 게 아니라, 연쇄적으로 연결되는 거잖아요.
내가 누구에게나 보낼 수 있는 거죠?
맞는 말이었습니다.
'누구나 누구에게' 보내려면 전 직원에게 로그인과 권한이 열려야 하고, 그 순간 이 작고 귀여운 주문 앱은 계정 체계를 갖춘 무언가가 되어버리거든요.
매장 디바이스 한 대로 돌아가는 프로젝트의 몸집이 아니에요.
대신 절충안으로 팀별 응원 메시지를 넣기로 했어요.
팀마다 고정된 응원 문구가 뜨는 방식이라 권한 문제가 없거든요.
브랜딩하기
이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다짐 시절의 가칭은 '이디야 커피대장'.
개발이 시작되면서 '픽디야(PICDIYA)'라는 후보가 나왔습니다.
더픽트 더하기 이디야. 대항마로 '페인터스컵'도 등장했고요.
참고로 더픽트에서는 직원들을 '페인터'라고 부릅니다.
최종 이름은 픽트우물터가 되었습니다.
옛날 마을 우물터가 그랬듯, 물 뜨러 갔다가 안부도 나누고 응원도 주고받는 곳이 되었으면 해서요.
이렇게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쓰는 서비스,
픽트 우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다음에는, 자세한 화면에 대한 기획과 배포 방법, 운영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